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전자정부 누리집 로고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2024 정부 업무보고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정부정책 사실은 이렇습니다 2024 정부 업무보고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정부정책 사실은 이렇습니다

콘텐츠 영역

하나씩 하나씩 행복을 맞추는 퍼즐 조각

[맞춤형 기초생활보장제도로 새 희망을] ① 대상(서울시 강동구)

모텔서 살던 가족, 의료·주거급여 대상자로 최종 선정

정신과상담 지원 등 통해 일상생활 복귀 중

2016.01.07 서울시 강동구
인쇄 목록

지난해 7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맞춤형으로 개편됐다. 복지사각지대를 없애고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완성하기 위한 제도적 틀이 완성된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는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찾아내고 이들에게 맞춤형 급여를 지원하기 위해 더욱 분주해졌다. 복지부는 지난 연말 이들의 노력으로 어려운 이웃을 발굴·지원한 사례를 수기 형식으로 공모해 우수작을 선정했다. 그 중 3편(대상·최우수상)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아무것도 맞지 않는 퍼즐, 누구도 맞출 수 없을 것만 같은 1000피스 퍼즐 조각들이 바닥에 쏟아져 있는 듯 한 집. 아니 모텔에 여덟 살 아이가 살고 있다고?

아무것도 맞춰지지 않은 퍼즐

3월 말, 한 아이의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이라며 걱정을 가득 담은 전화 한 통! 올해 초등학교를 입학한 정우람(가명)이라는 아이가 입학 첫 날인 3월 2일과 4일, 단 이틀만 등교를 하고 학교에 오지 않아 영문을 알고 싶다며 주소지 주민센터로 전화를 한 것이다.

이름을 듣고 떠오르지 않는 것을 보면 보호대상자로 되어 있지 않은 가구인거 같은데… ‘초등학교 1학년? 입학하자마자 학교를 안 가다니 무슨 일일까?’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아이의 이름을 입력하고 검색해가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맞춰야할지 모르는 첫 퍼즐 조각 하나를 이렇게 집어들게 된 걸까?

우선 조회되는 내역으로 보니 8세 아이 아빠의 나이가 55세로 아이와 아빠의 나이 차이가 컸으며 아이 엄마는 아이를 낳고 얼마 후 가출해서 2011년 당시 정우람의 모는 가족관계증명서상에도 등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부 정동식(가명)님은 어릴 때 부모가 모두 사망해 초등학교밖에 다니지 못했고 글씨도 잘 쓰지 못해 일정한 직장이나 주거가 없이 일용근로를 하며 여관이나 고시원을 전전하다 미혼부가정 기초수급자로 보호를 받게 됐다. 그러나 조건부수급자였던 정동식님은 근로유지형 자활근로사업에 참여하다 무단결근 등 조건을 불이행하고 주소지에 거주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돼 보호가 중지된 상태였다. 

대략적인 과거 상담내역을 읽어보고 남아있는 연락처인 아이아빠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무엇보다 연락이 되는 것이 급선무였다. 다행히 바로 아이아빠와 통화가 됐다. 정동식님은 현재 일용근로를 하며 지방에 있고 아이는 아이엄마와 함께 주소지가 아닌 곳에 있는 여관에서 지내고 있다고 했다.

어느 여관인지를 묻자 어디인지, 몇 호인지 알지 못한다고 하며 4월 초에 올라올 예정이니 다시 연락을 주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아이엄마랑 같이 있다고 하니 그나마 안심되기도 했고 다시 연락을 준다고 해서 연락을 기다려보기로 하는 동안 시간이 조금 흘렀다.

7월부터 시작되는 맞춤형급여 제도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4월부터 대대적으로 시작됐다. 우선적으로 기존에 보호를 받다가 중지된 탈락자를 대상으로 제도에 대한 안내와 홍보를 집중 시행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떠오르는 집! ‘그 아이의 집도 기초수급 받다가 중지된 가구였는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번의 연결 시도 후 마침내 전화통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차갑고 딱딱한 말투로 아이는 독감으로 인해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치료 받고 집에서 쉬고 있고 완쾌가 되는대로 학교에 보낼 예정이라며 본인 자식은 본인이 책임질 테니 주민센터에서는 간섭하지 말라면서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동안 상담내역을 보니 단순히 넘어갈 일은 아닌 듯했다. 예전에 아빠 혼자 아이를 키우다 보니 적절한 양육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여러 번 아동복지시설에 입소를 시도한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엄마와 같이 있다고 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아빠의 말투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현재 주민등록 주소지가 아닌 다른 동네 모텔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것만 확실했다.

그래서 실제 거주지 동주민센터 복지담당에게 상황설명을 하고 정보를 공유했으나 그 후 어느 쪽으로도 전화연결이 되지 않았다. 따라서 주민센터에서는 구청 희망복지지원팀, 통합조사팀, 학교, 경찰서 등과 함께 의견을 나눈 후 여러 기관, 부서들이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

모텔에서 기저귀를 차고 있는 아이

학교를 보내지 않는 이유가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인지 파악하기 위해 통합조사팀에서 모텔로 직접 방문조사를 나갔고 단순히 아이가 아픈 것이 아니라 부모의 방치나 학대의 위험이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자 아동학대 전담경찰관과도 동행했다. 그 외에도 다른 복합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연계가 필요할 수 있어 사례관리사도 걸음을 함께 했다. 

첫 방문 당시 아이엄마인 강미란(가명)님은 속옷차림이었고 정우람은 8살인데도 불구하고 아직 기저귀를 차고 있었다. 아이엄마는 아이가 대변을 가리지 못해서 학교에 가면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을까봐 학교를 보낼 수 없었다며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정동식님은 일용근로로 2인 가구 기준으로는 월평균 최저생계비 이상의 소득이 있었고 처의 존재를 숨기기도 했다. 혼인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처라고 밝히기에 떳떳하지 않은 이유도 있었을 것이고 사실혼 배우자가 포함되면 더욱 기초수급자로 보호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스스로 판단했을 수도 있다. 실제로 기초수급자가 되더라도 현금(생계)급여는 지원받을 수 없는 가구에 해당했다.

그러나 비정기적이고 불규칙한 수입으로 계획적인 소비가 불가능했으며 매일 꼬박꼬박 4만원씩 지출되는 모텔비와 식사를 매식으로 해결하다 보니 쓸 수 있는 돈이 항상 부족했다. 일용직이다 보니 인력사무소에 나갔다가도 허탕치고 돌아오기 일쑤였으며 현재 머물고 있는 모텔에서도 숙박료를 내지 못해 쫓겨 날 위기에 놓여있었다.

그러나 기초수급자가 되더라도 현금급여로 받는 것이 없다보니 그동안 직접 느낀 복지 체감도가 낮았던 것이다. 따라서 신청을 안내해도 반응은 크게 달갑지 않았고 가족, 부양의무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물어볼수록 상담을 거부하는 상황이라 관련 서류 제출을 요청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이 가정을 위해서였을까?

7월부터 변경 시행되는 맞춤형급여는 이 가정의 욕구를 기초적으로 맞춰주고 안정적으로 보호해줄 수 있는, 퍼즐의 가장자리를 채우고 전체를 아우르는 조각들과 같았다. 예전 기준으로는 기초수급자 선정여부가 불확실했고 선정이 되더라도 현금 급여는 지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강미란님의 경우는 특별한 질병 진단을 받은 상태가 아니라 조건부과가 되고 그 조건을 이행해야 하는 부담도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맞춤형급여로는 매월 현금으로 지원 받을 수 있는 주거급여와 더불어 의료급여수급자로도 선정될 가능성이 보였다. 이렇게 히든카드처럼 나타난 맞춤형급여가 이 가구의 숨을 트여줄 것 같았고 다음 퍼즐 조각들은 쉽게 맞춰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점점 감정조절이 되지 않고 폭력성마저 보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아이까지도… 사실혼 배우자 강미란님의 부양의무자 가족 이야기를 꺼낼 때도 그러했다. 상담 중에 화장실에서 반복적으로 손을 씻으며 나오지 않고 소리를 질렀다. 현재의 불안한 상황들이 점점 가족들의 감정을 어느 곳으로든 튀어나오게 했다.
 
초기 상담부터 모텔에 직접 찾아가서 진행하면서 부양의무자 조사에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서류 제출도 최소한으로 요청하자 사례관리를 통해 라포 형성이 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마음이 열리는 듯 했다. 그래도 부양의무자 관련서류 제출은 본인을 통해서는 힘든 상황이었다. 사실상 부양의무자의 부양을 받을 수 없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지방생활보장위원회 소위원회에 가족관계 해체 인정에 대한 심의를 요청하는 등 맞춤형급여 신청에 들어갔다. 

밖으로 나갈 용기, 함께 살아갈 온기

또 다시 찾아간 모텔방, 여름 장맛비가 며칠째 계속 내려 정동식님은 일을 하지 못하고 있었고 아이는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모텔비가 없어 오늘까지 돈을 지불하지 못하면 나가야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아이까지 데리고 몇 년째 모텔을 떠돌며 살고 있는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했다.

주거위기가구에 대한 임차보증금 후원이 가능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후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신청을 위한 동의서 작성이 필요한데도 강미란님은 모텔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후원을 받게 되더라도 살 집도 알아보고 계약도 해야 하는데 모텔 밖으로 나오지 않으니…

우울증이 심한 강미란님 뿐 아니라 가족 모두 정신과 상담이 필요했다. 정동식님도 매일같이 ‘오늘은 일이 있을까? 모텔에서 쫓겨나면 공원으로 가야하나? 아이 밥은 무엇을 먹여야 하나?’하는 걱정에 잠도 설치고 자살충동을 느껴 약을 사러 간 적도 있었다. 그 어린 아이도 어느 날은 스케치북을 찢으면서 다 같이 죽자는 말을 한 적이 있어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강동경찰서 경사님이 불안해하는 가족들 모두를 데리고 병원까지 차량으로 동행했다. 드디어 온 가족이 함께 모텔 밖으로 나가게 됐다. 병원 검사 결과, 강미란님은 우울증 문제보다 사회적인 스킬이 매우 떨어지는 정신지체와 조현병이 혼재되어 있는 상태로 보인다는 의사의 소견을 들었다.

상황이 예상한 것보다 심각했다. 아이도 엄마의 조현병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이며 점점 공격적 성향이 나타나서 소아정신과 검사 진행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동구정신보건센터에 연계해 정신과상담 바우처사업 지원을 받아 정신과 상담을 이어가기로 했다.

가족에 대해 계속 알아가고 도움 받을 기관들을 찾아가던 중에 드디어 맞춤형급여 신청 조사결과도 나왔다. 소득·재산조사를 거치고 지방생활보장위원회 심의로 현재의 상황을 인정받아 마침내 의료급여수급자, 주거급여수급자로 결정이 된 것이다. 가족 모두 의료급여 혜택이 주어지자 병원 치료를 받는데 부담이 줄고 마음에 안정도 찾기 시작했다.

정동식님은 치아가 거의 없어 건강상으로 문제가 있었고 그 외에 말을 할 때 발음이 부정확해 일자리를 구하러 다닐 때 불리한 점이 있었다. 그 외에도 아이엄마와 아이는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하는 상황이라 지속적인 의료급여 지원이 필요했고 아이가 어려서 병원에 갈 일도 자주 생겼다.

이 가족을 둘러싸고 있는 표면적인 문제, 내재된 문제들이 계속 드러났고 이들에게 지원이 가능한 여러 기관들과 연계해 나갔다. 또한 주거급여 지원이 절실했던 가구! 매달도 아니고 매일같이 모텔비를 내야하며 얼마 후에 쫓겨나는 것이 반복되던 상황.

---

미납된 모텔 숙박료는 희망온돌 성금으로 지원받아 지불한 후 사회복지사협회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주거위기가구 후원금으로 1000만원을 받아 보증부월세 일반 주택으로 이사를 하게 됐다. 맞춤형급여 이전이었으면 주거급여는 해당 되지 않았지만 맞춤형급여가 되면서 주거급여 지원이 가능해져서 월세 부담도 확 줄었다.

정동식님은 이전에 기초수급자로 보호를 받았던 적이 있어서 오히려 더 맞춤형급여 제도에 대한 지원을 더 크게 체감하는 듯 했다. 예전에는 기초수급자로 선정된 후 조금만 소득이 증가하면 탈락하는 것이 두렵기도 했으나 지금은 가족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의료급여와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되어 크게 만족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모텔에서 매번 배달을 시켜 먹던 아이엄마는 이제 집에서 밥을 하고 방을 닦는 등 살림하기 시작했으며 우람이를 지역아동센터에 매일 데려다 주기 시작했다. 여느 엄마들이 아침 등교 시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듯이. 우람이도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며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처럼 학습지도도 받고 아이들과 어울리며 학교생활에 적응할 준비를 한다. 배변훈련도 하고 복지관에서 놀이치료도 받으면서 말이다.

몇 개의 퍼즐이 맞춰졌을까? 퍼즐이 맞춰지기 전에는 도저히 어떠한 그림인지 알 수 없었던 그림이 점차 형체를 드러내듯 우람이네도 어지럽게 흩어져만 있던 퍼즐 조각들이 어느 새 자리를 찾아 가면서 그림을 드러내고 있다. 점점 밝은 색으로, 갈수록 따뜻한 그림으로…

교육급여 대상자로 또 하나의 퍼즐을?
 
9월부터는 교육급여 신청이 집중되었다. 학교로부터 동의를 받아 직권신청이 들어오고 문의도 많아졌다. 문득 또 다시 ‘우람이도 내년에는 초등학교에 가고 교육급여 대상자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올 봄부터 지금까지 맞춤형급여를 홍보하고 신청·접수하면서 야근하고 힘들었던 시간들이 내년에 한손에는 아빠와 또 한 손에는 엄마의 손을 잡고 다시 초등학교 입학식에 가게 될 우람이의 모습으로 덮여진다.

그러고 보니 처음 우람이가 기저귀를 차며 누워있던 모텔에 들어서서 떠올렸던, 도저히 맞출 수 없을 것 같던 1000피스 그림퍼즐이 완성되면 그런 모습일까 싶기도 하다. 맞춤형급여가 앞으로도 더 많은 분들에게 행복을 맞춰주는 퍼즐조각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전다음기사 영역

하단 배너 영역

지금 이 뉴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