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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염쪄! (‘보인다’는 말의 제주도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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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물명
보염쪄! (‘보인다’는 말의 제주도 사투리)
저작(권)자
저작자 미상 (저작물 2267374 건)
출처
이용조건
KOGL 출처표시, 상업적, 비상업적 이용가능, 변형 등 2차적 저작물 작성 가능(새창열림)
공표년도
창작년도
2015-09-21
분류(장르)
어문
요약정보
보염쪄! (‘보인다’는 말의 제주도 사투리)김지현(장려상)“보염쪄(보인다)! 보염서(보인다고)~.”
할머니가 그렇게 활짝 웃으시는 모습은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아이처럼 좋아하는 할머니 모습에 저 또한 오랜만에 활짝 웃었습니다.
할머니는 언제부터인가 “안 보염쪄~.”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습니다.
할머니의 안경알은 흘러가는 세월과 함께 점점 더 굵어졌고‚ 이제는 안경을 써도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십니다.
제 기억 속에 할머니는 김장철이면 무와 배추를 번쩍번쩍 들고 신나게 김치를 담그시고‚ 여름이면 고소한 콩국수를 말아 주던 요리사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할머니의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하셔서 할머니 손에 길러졌습니다. 해가 질 때면 엄마가 보고 싶어 칭얼대던 저를 어르고 달래던 할머니는 매일같이 동화책을 읽어 주셨습니다. 지금도 그때 그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제가 혼자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자 할머니는 저의 손을 잡고 서점으로 가 함께 책을 골라 주셨습니다. 할머니와 함께했던 서점 나들이는 늘 저에게 소풍 같았습니다. 할머니와 저는 각자 고른 책을 계산하고 집으로 와 마주 앉아 책을 읽었습니다. 그때 저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중학생이 된 후 할머니와의 소풍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대학 졸업을 앞둔 지금은 마지막 소풍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지금은 할머니와 함께했던 책 읽기에 대한 아쉬움보다 할머니의 건강에 대한 걱정이 더 큽니다.
할머니 집 책상에는 늘 수십 권의 책이 놓여 있습니다. 이제 할머니는 돋보기안경이 있어야만 그 책들을 읽을 수 있습니다. 할머니의 연세가 많아질수록 안경알이 점점 굵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할머니의 책 위로 먼지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백내장으로 인해 시력이 굉장히 안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저의 글이 실린 교지를 들고 가도 할머니는 “안 보염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버이날 정성 들여 쓴 편지에 고맙다고 말씀하셨지만 잘 보이지 않으셨다는 걸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할머니의 청력도 점점 나빠졌습니다. 귀가 잘 안 들리시게 된 이후에는 소리 지르듯 목청껏 말해야 제대로 알아들으십니다. 때로는 답답해하며 한숨을 쉬는 저에게 “답답하지? 요즘 도통 잘 보이지도 않고 잘 들리지도 않구나.”라고 하시며 미안해하셨습니다. 저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습니다.
그 후 내내 할머니 생각만 했습니다. 자꾸만 약해지는 할머니를 위해‚ 책을 읽고 싶어도 읽지 못하는 할머니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작은 글씨의 책이 잘 안 보이는 분들을 위해 만들어진 ‘큰 글자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아! 이거다.’ 싶었던 저는 바로 큰 글자 책을 사서 할머니에게 선물했습니다. 할머니는 이전보다는 잘 보인다며 좋아하셨지만‚ 생각보다 큰 글자 책이 많지 않았습니다. 또 무게와 크기도 할머니가 들고 보시기엔 조금 무리였습니다.
저는 또다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때 ‘디브러리’를 알게 되었습니다.
‘디브러리’에는 할머니의 책장 속 케케묵은 책들부터 최신작들까지 수많은 책들이 있었습니다. 어릴 적 할머니가 좋아하던 박완서 작가의 책들과 이해인 수녀의 시집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디브러리에서 만난 전자책들을 할머니에게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모아 둔 돈으로 할머니에게 선물할 태블릿 PC를 구입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태블릿 PC를 구입하고 가장 먼저 박완서 작가의 유작인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e-book으로 구매하여 다운로드하였습니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걸어 다니는 서점인 태블릿 PC를 들고 할머니 댁으로 향했습니다.
태블릿 PC를 선물 받은 할머니는 어안이 벙벙하신지 계속 “이게 뭐꼬?”라고 물었습니다. 제가 태블릿 PC의 전원을 켜고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의 표지를 보여 줬습니다. 그제야 “아고! 아고! 야야 보염쪄! 보염서!”라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목이 메어 “박완서 작가가 돌아가셨는데 이렇게 유작을 읽을 수 있다니. 내가 참…….” 하시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태블릿 PC를 본 할머니는 이런 것이 텔레비전에만 나오는 줄 알았지 실제로도 있는지 몰랐다며 놀라워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이걸 어떻게 작동해서 쓰냐며 걱정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할머니는 매일같이 전자책으로 독서를 합니다. 저는 대학에 진학한 후 할머니가 계신 제주도에는 일 년에 몇 번 못 가지만 매일같이 할머니와 통화하며 지냅니다. 그때마다 할머니는 오늘은 작동이 잘 되지 않아 애를 먹었지만 결국에는 찾아서 잘 읽었다고 말합니다.
어느 날 할머니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책이 한 글자 한 글자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내 눈앞에 먹구름이 걷히더니 나중에는 안개도 걷히는 느낌이더라.”
할머니는 제게 매번 읽은 책을 자랑하며 십 년 전처럼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습니다. 했던 이야기를 하고 또 해도 저는 정말 행복합니다.
요즘 세대들에게 전자책은 단순한 편리함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직접 책을 고르러 다니기에 힘이 들고 눈도 잘 보이지 않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는 ‘새로운 희망’이고 ‘새로운 친구’입니다. 태블릿 PC 속 셀 수 없는 책들‚ 걸어 다니는 도서관 세상은 우리 젊은이들 것만이 아닙니다. 이 행복한 디브러리 세상을 좀 더 많은 분들이 체험하면 좋겠습니다. 또 희망과 친구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었던 분들이 디브러리의 세상에서 “보인다!” 하고 크게 외치면 좋겠습니다.
저작물 파일 유형
저작물 속성
1 차 저작물
공동저작자
1유형
수집연계 URL
http://www.nl.go.kr
분류(장르)
어문
원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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