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검색

  • 이미지 유형

라이선스 유형

어문

도서관에서‚ 도서관에 책 한 권을 더하다

추천0 조회수 143 다운로드 수 0 일반문의
  • 해당 공공저작물은 외부사이트에서 보유하고 있는 저작물로써, 원문보기 버튼 클릭 시 외부사이트로 이동됩니다. 외부사이트의 문제로 인하여 공공저작물로 연결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사이트 바로가기 를 클릭하여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저작물명
도서관에서‚ 도서관에 책 한 권을 더하다
저작(권)자
저작자 미상 (저작물 2267374 건)
출처
이용조건
KOGL 출처표시, 상업적, 비상업적 이용가능, 변형 등 2차적 저작물 작성 가능(새창열림)
공표년도
창작년도
2015-09-21
분류(장르)
어문
요약정보
도서관에서‚ 도서관에 책 한 권을 더하다박대진(우수상)모니터 위로 고개를 잠시 드니‚ 디지털열람실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원형 유리 구조물과 그 안의 이국적인 화초들이 눈에 들어온다. 천장이 대부분 막혀 있는데도 위에서 쏟아지는 햇살 덕분에 위로 공간이 열린 느낌이다. 공간이 열리면 생각도 열린다. 산 위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생각이 열리듯이‚ 과거의 여러 다른 시간들이 연결되기 시작한다.
삶의 적지 않은 시간을 보냈던 다른 도서관들이 떠오른다. 유학 시절에 다녔던 소르본느 대학도서관에서는 가끔씩 고개를 들어 천장의 고전 벽화를 바라보면‚ 내가 무척이나 오래된 역사 속에 와 있다는 사실이 실감나곤 했지! 주말에 다녔던 퐁피두센터 도서관 하면 유리와 파이프로만 된 건물이 먼저 떠오르고. 나중에 또 다른 곳에서 디브러리를 떠올린다면 무엇이 가장 먼저 생각날까?
2011년 9월 하순 어느 날‚ 디브러리를 처음 만났다. 초록 풀밭으로 덮인 경사진 건물 지붕부터 왠지 이 만남이 뭔가 새롭고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리라는 기대를 주었다. 당시 책 한 권의 작업을 마친 나는 새로운 콘텐츠 기획을 위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도서관을 찾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만남이 어느덧 1년 8개월 넘게 지속되었다. 평균 일주일에 4일‚ 오전에는 가장 전통적인 형태의 책을 쓰고‚ 오후에는 최첨단 스마트 콘텐츠를 기획하면서 하루 평균 4시간 이상을 디브러리에서 보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공공시설이 시민에게 이 정도의 높은 만족감과 뛰어난 편의성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실감했다(솔직히 그전에는 ‘공공’이나 ‘국립’이 붙은 곳은 별로겠지‚ 하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것은 또한 잘 설계되고 관리되는 디지털 시스템이 얼마나 괜찮은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경험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디브러리에서 보낸 시간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지난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들이기도 했다. 프랑스에서 보낸 8년간의 유학 시절‚ 귀국 후 10년 넘게 한편으로는 대학의 전임 자리를 구하기 위해 강의를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출판사와 벤처 기업을 운영하며 바쁘게 산 시간들이 되새겨졌다. 도서관을 오가는 버스 속에서‚ 점심 식사 후의 구내식당 주변에서‚ 인근 몽마르뜨 공원 혹은 서래마을의 산책길에서 지난 시간들이 속절없이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그때와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는 눈이 뜨였다. 재해석이 되었고‚ 깨달음과 후회가 뒤따랐다.
‘맞아‚ 그때 다르게 할 수도 있었는데! 왜 그때는 좀 멈추고 여유를 가지지 못했을까?’
도서관이 속세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바로 길 건너편의 대형 병원(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는 사람들이 생과 사의 긴박한 순간들을 넘나들지만‚ 디브러리는 사실 좀 느긋한 편이다. 이따금씩 화장실 복도에서 꽤 심각해 보이는 사업상의 통화를 본의 아니게 엿들을 때에야‚ ‘아‚ 여기도 현실은 진행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뿐.
사실 디브러리가 놀라운 것은 최첨단 시설과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늘 한결같다는 사실이다. 처음 왔을 때나 지금이나‚ 이용자 카드를 체크하고 디지털열람실에 들어서면 그동안 시간이 멈춰 있었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하지만‚ 그 한결 같은 분위기 속에서 늘 무언가가 준비된다. 누군가는 취업을 준비하고‚ 누군가는 사업 계획서를 작성한다. 디지털열람실의 수많은 모니터들과 그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거대한 뇌의 가운데에‚ 일종의 집단 지성의 현장에 있는 느낌이다.
그 수많은 컴퓨터에서‚ 세미나실에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이‚ 얼마나 중요한 변화들이 이루어졌을까? 2011년 9월부터 시작된 나의 집필 작업은 매일 조금씩 레고 블록을 하나하나 쌓듯이 진행되었다. 출판사가 결정되어 원고 수정 작업을 한 곳도‚ 마지막으로 저자 서문을 쓴 곳도 디브러리였다.
책은 2013년 4월에 출간되었다. 언론에도 소개되고 사람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적어도 나오자마자 IMF라는 강적을 만나 흐지부지된 나의 첫 책에 비하면. 지금은 서점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그 책이 도서관에서 검색을 했을 때 버젓이 나오는 걸 보면‚ 내가 디브러리에서 쓴 두 번째 책도 조만간 도서관의 어느 서고 한 켠을 차지하게 되리라.
책과 디지털자료들이 가득한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또 하나의 책을 그 도서관에 더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삶도 도서관과 닮았다. 각자 자신의 도서관에 일‚ 가족‚ 사랑‚ 여가 등등 이름 붙여진 여러 개의 서고를 만들고‚ 각각의 서고를 자신만의 책들로 채워 나가는 과정이.
지금 가운데 모니터에는 올해 말에 출시될 예정인 스마트 콘텐츠 기획을 담은 파워포인트 파일이‚ 오른쪽 모니터에는 엑셀 파일이‚ 왼쪽 모니터에는 인터넷 화면이 각각 떠 있다. 처음에는 모니터가 한 대인 일반 자리를 이용했었다. 모니터가 세 대인 자리를 쓰게 된 것은 사업을 하다가 갑자기 박사 학위에 꽂힌 친구 덕분이다. 나는 그 친구의 공부를 돕는다고 디브러리를 소개했다. 친구는 한동안 열심히 나와서 논문을 준비하다가‚ 갑자기 사업이 바빠졌다면서 삼면 모니터 자리가 좋다는 말만 남기고 떠나버렸다. 증권사의 금융 전문가 책상에서나 볼 법한 삼면 모니터 자리로 옮기면서 나의 작업 능력은 크게 향상되었다. 이따금씩 오후에는 미디어편집실에서 포토샵으로 화면 디자인을 하기도 한다.
내 삶이 한참 더 진행된 다음에 디브러리를 떠올린다면 무엇이 생각날까?
자리 예약부터‚ 이용증 발급이며‚ 물품 보관까지 모든 것이 화면에서 손끝으로 이루어지는 최첨단 관리 시스템(별로 할 일이 없어 보이는 물품보관실 청년이 부러울 때가 있었다.하지만 그도 나름대로의 애환이 있겠지)? 초현대적인 건물 디자인과 갖가지 첨단 시설들? 비데까지 있어서 내 인생 최고의 공중화장실 경험을 제공해 주었던 화장실(화장실 소변기가 지나치게 높이 달려 있어서 까치발을 하고 소변을 보는 수모를 겪어야 했던 파리의 생주느비에브 도서관에 비하면 그야말로 천국이다)? 아니면 내가 디브러리에서 쓴 그 책이?
무엇보다 한 가지가 기억나리라. 이 도서관을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간과 노력과 관심과 정성을 들이는 일꾼들로부터 잔디며 나무를 정돈하느라 철 따라 눈에 띄는 아저씨들까지‚ 그 많은 사람들이 일체가 되어 선사하는 하나의 서비스를 경험하면서 느끼는 그 잔잔한 감동이. 우리가 영화나 공연을 관람하면서 감동을 받는 것은 사실 따지고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영화나 공연이 나에게까지 전달되는 과정에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많은 손길이 담겨 있는지 생각해 보면. 그 많은 에너지를 접하면 그 일부라도 전달받지 않을 도리가 없다.
우선은 콘텐츠 기획을 마치고 디브러리에서 좀 놀고 싶다. 복합상영관에서 영화를 보든지‚ 미친 척하고 UCC 스튜디오를 빌려서 UCC를 하나 만들어 보든지. 디브러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쉼과 놀이의 공간이기도 하니까.
저작물 파일 유형
저작물 속성
1 차 저작물
공동저작자
1유형
수집연계 URL
http://www.nl.go.kr
분류(장르)
어문
원문제공
원문URL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