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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도서관과 함께한 나의 겨울‚ 그리고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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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물명
디지털도서관과 함께한 나의 겨울‚ 그리고 여름
저작(권)자
저작자 미상 (저작물 2267374 건)
출처
이용조건
KOGL 출처표시, 상업적, 비상업적 이용가능, 변형 등 2차적 저작물 작성 가능(새창열림)
공표년도
창작년도
2015-09-21
분류(장르)
어문
요약정보
디지털도서관과 함께한 나의 겨울‚ 그리고 여름윤혜림(장려상)벌써 여름이네요.
길 옆 담장으로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어서‚ 꽃향기를 맡으며 걷고 있노라면 지난해 겨울이 어땠는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무던히도 길고 추운 겨울이었던 것 같은데‚ 이렇게 담담한 기분으로 돌이켜 볼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시간이 흘렀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동안 조금쯤 더 성숙해졌다는 증거일까요?
그때의 나는 궤도에서 튕겨져 나간 행성 같았습니다. 나는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고 믿고 살아왔습니다. 한 번 가슴에 품은 꿈은 영원히 푸를 줄 알았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곁에 있을 줄 알았습니다. 나는 세상의 일들을 그렇게 낙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게도 나쁜 일은 일어나더군요. 사고를 당하고‚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졌습니다. 내가 부딪힌 현실의 문제들에 아무런 답도 주지 못하는 공부에 지쳐 꿈을 접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억지로 마음을 다잡고 책상에 앉으면 책 속의 글자들은 말이 되지 않았고‚ 모든 여백들은 채워지지 않은 허방처럼만 보였습니다. 기분을 바꿔 보려고 노래라도 들으면‚ 우울한 이별 노래만 귀에 박혔습니다. 그 겨울은 도무지 끝날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지만‚ 딱히 갈 곳도 없었습니다. 늘 밟던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을 그냥 지나쳐 버린 것도 그래서였습니다. 막연히 길 끝에 무엇이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은 곳에 다른 문이 있었어요.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고‚ 사람들은 말했었습니다. 나는 그 말을 믿지는 않았지만‚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여기에서 나는 나의 무지를 먼저 고백해야겠습니다. 그때까지 그런 장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방문한 적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한 번도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거든요. 어떤 한가한 날‚ 공원의 나무 그늘 아래 누워서 책을 펼칠 때의 그 느낌을 종이책이 아닌 다른 것이 대신할 수 있을까요? 서늘한 종잇장의 촉감‚ 파락파락 종잇장 넘어가는 소리‚ 깊은 종이 냄새. 그런 것들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튼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천장은 아주 높았고‚ 중앙에는 유리로 된 벽으로 감싸인 정원이 있었습니다. 그 중앙 정원 주변으로는 수백 대의 컴퓨터들이 정렬해 있었고‚ 사람들은 제각기 자기 일에 바빠 보였습니다. 조용했지만 활력 넘치는 생의 에너지가 통통 튀어 다니는 것 같았죠.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언제나 내게 새로운 의욕을 불어넣어 줍니다.
그 순간 나는 즉각적으로 그 장소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무엇부터 해야 할지 잘 몰랐습니다. 너무 넓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비치된 소책자나 키오스크(공공장소에 설치된 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 전달 시스템)를 참조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구경했습니다. 그리고 미디어자료이용실에서 영화를 한 편 보았습니다.
그다음 방문에서는 디지털신문대에서 신문을 읽었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자료를 이용할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이용한 것은 모아진 전자잡지 DB 열람 서비스였습니다.
항상 「더 뮤지컬」이나 「문학세계」 같은 취미와 관련된 잡지들을 읽고 싶었는데‚ 잡지는 다른 책들과 달리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떨어지고 보관하기가 힘들어서 선뜻 구매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특별히 좋아하는 배우나 작가에 관한 내용이 실릴 때는 잡지를 사서 읽었지만‚ 그 외에 내가 읽은 잡지의 대부분은 공공도서관이나 카페 등에 비치손을 타 너덜너덜해진 것이었습니다. 모아진 전자잡지 열람 서비스는 이전 달의 잡지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편리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좀 더 많으면 미디어자료이용실에서 「예술의 광장」 비디오 녹화 자료를 보았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프로그램이었죠. 하지만 방영할 당시엔 꼬박꼬박 챙겨 보지 못했었습니다. 후에 EBS 홈페이지에서 ‘다시 보기’로 보려고 했지만 그 서비스 역시 중단된 것을 알고 크게 아쉬워했었습니다. 미디어자료이용실에서 지난 방송 자료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를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언제 봐도 좋은 친구가 있듯이‚ 좋은 프로그램도 그렇더군요. 미디어자료이용실에서 오랫동안 보고 싶었던 그 프로그램을 여러 편 보았습니다. 가만히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노라면‚ 이상하게 떠오르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예전에 사랑했던 것들‚ 내가 그것들을 사랑했던 이유‚ 사랑해서 열중했고 그로 인해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들. 그것들이 내 안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퇴적층처럼 켜켜이 쌓여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지금의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새로운 것들을 계속 접하고 배우며 내가 변화해 왔듯이‚ 세상이 변해 가는 것 역시 당연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당연함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그러고 나니 묻어 놓았던 기억들은 예전처럼 날카롭게 내 속을 찔러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나는 오늘‚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어디로 떠난 적은 없는데도‚ 어쩐지 멀리 여행을 떠났다 돌아온 기분입니다. 거울을 볼 때‚ 예전만큼 밝은 얼굴은 아니어도 조금은 더 단단해진 얼굴의 나 자신을 봅니다. 그리고 내게 아직도 사랑하고 아끼고 꿈이라고 부를 수 있는 다른 것들이 남아 있으며‚ 또한 내가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배우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생각합니다. 그러고 나면‚ 내 미래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다른 꿈을 꿀 수 있는 끝없는 가능성이 펼쳐져 있음을 깨닫습니다. 그렇게 나의 이 여름은 벅찬 희망으로 가득 찼습니다.
저작물 파일 유형
저작물 속성
1 차 저작물
공동저작자
1유형
수집연계 URL
http://www.nl.go.kr
분류(장르)
어문
원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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