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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에서 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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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물명
214에서 꾸는 꿈
저작(권)자
저작자 미상 (저작물 2267374 건)
출처
이용조건
KOGL 출처표시, 상업적, 비상업적 이용가능, 변형 등 2차적 저작물 작성 가능(새창열림)
공표년도
창작년도
2015-09-21
분류(장르)
어문
요약정보
오전 9시 10분전에 도착해야만 맘에 드는 자리를 얻을 수 있기에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뛰다시피 언덕마루를 향한다. 햇빛이 잘 들고 밝고 지나다니는 사람이 적어서 214번 자리를 좋아하는데‚ 누가 먼저 예약해 버리면 어쩔 수 없이 다른 자리를 기웃거릴 수밖에 없다.
마침 오늘도 그 자리는 나를 얌전히 기다리고 있다. 누구에게든 감사하고 싶어 목례하고 손 깨끗이 닦고 자리에 앉는다. 먼저 인터넷검색 버튼을 클릭하고 이메일부터 확인한다. 그리고 나서 네이버 검색창에 뉴스라이버러리를 열고 ‘통영’에 관계되는 1920년대 자료를 검색한다.
요즈음 <풍해문화재단>의 연구용역을 맡아 ‘통영의 독립운동사’를 엮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디브러리에 들어가서 역시 ‘통영’ 기사를 찾는다. 이렇게 되면 벌써 모니터에 창이 서너 개 열리고 복잡한 화면이 눈을 어지럽게 한다. 그러나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3면 모니터! 이것이 있어 나는 행복한 논문 엮기를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런 다음 한글 창을 열고 필요한 자료를 입력하기 시작한다.
근래 자판기도 새로 바꾸어 놓았기에 옆 자리에서 타자 찍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고 내 자판기 소리조차 귀에서 멀다. 그리고 흰 색 자판기는 눈에 반사되어 거슬린 적이 많았었는데 이번에는 검정색 자판기로 바꾸어 놓아 참으로 고맙다.
좋아하는 음악을 내보내는 방송을 찾아 고정시켜 두고 그 음악의 선율과 리듬에 맞추어 자료를 입력하는 머리와 가슴은 마치 자판기를 두드리는 손놀림에 맞추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다.
지난 해 연말에는 정기간행물실에서 다른 데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1970년대의 잡지를 빌려와 여기 이 자리에서 《통영의 나전칠기공예연구》라는 논문을 완성하여 발표하였고‚ 지금은 4층 인문과학실에 내 이름으로 발행된 이 책이 서가에 늠름하게 자리잡고 앉아 있다.
그 후속으로 이 번에는 신문자료실에서 조차 해독하기 힘든 오래된 신문자료나 잡지 자료들을 여기 디지털 도서관 컴퓨터에서 전자책‚ 전자잡지‚ WEB DB 등등의 서비스를 받아 3·1독립운동사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루 종일 이곳에서 생각하고 표현하고 궁리하고 써 내려가도 머리가 아프거나 답답하지 않다. 그것은 아마도 높은 천정에 맑은 공기에 상쾌한 자연채광이 조도를 맞추어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주위의 이용자들도 열심히 연구하고 집중하여 작업에 임하고 있기에 차분하고 조용하다. 서로가 자극을 주고받는 분위기라고 할 까.
잠깐 머리를 식히기 위하여 화장실에 둘러도 언제나 청결한 곳‚ 거기서 용변보기 조차 미안할 정도로 주변이 말끔하다. 가끔 전화 통화하는 소음이 생기는 곳이기도 하지만 애교로 보아 넘길 정도로 모두가 교양인이요 신사들이다.
정오쯤 되자 종료 10분전임을 알리는 창이 뜬다. 재빨리 다른 분들이 예약하기 전에 3시간을 연장시킨다. 180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는 순간 또 한 번 고마움을 표하고 그냥 목례한다.
이 때쯤 되면 다른 이용자들이 거의 도서관 안을 다 채우기 때문에 좌석을 얻기 조차 힘든 시간이다. 그래서 점심시간을 사이에 두고 다른 좌석에 예약하기를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성공한 적이 없어 그냥 맥없이 본관 학위논문실이나 정부간행물실에서 독립운동사에 관한 책이나 뒤적거리다가 도서관을 떠나기 여러 번이었다.
잠깐 식당에서 값싸고 맛있는 먹거리로 배를 기쁘게 한 뒤 서울에서 제일 싸고 감내 나는 C 커피 한 잔 뽑아들고 자판기 주인 장애인 허씨와 건강 얘기로 소화를 시킨 후 자리에 돌아오니 벌써 30분이 그냥 지나갔다.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으로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논문 속으로 빠져 든다.
1920년 속에 하루를 보내다 보니 내 몸이 과거로 돌아가 한복으로 치장하고 갓을 쓴 채 긴 담뱃대 문 대감마님이 되어 있다. 그러나 참으로 슬픈 장면 속에 등장하였구나. 일제 헌병 앞에 끌려가 “당신은 그 차림새부터 우리를 비웃고 무시하는 것이니 체포하여 옥살이를 좀 시켜야 되겠다”고 눈을 부라리고 허리에 찬 권총에 손을 갖다 댄다.
그렇다. 그 때에 뜻있는 선인들은 모두 애국지사요 독립운동가였다. 내 고향 통영의 조상님들도 모두 애국심에 넘쳐 몸을 사리지 않은 우국지사였다. 어느 새 나도 그들 조상님들이 선 줄 맨 뒤에 도포자락을 잡고 있다.
이런 꿈을 매일 이 자리에서 꾼다. 물론 이 논문이 끝나고 나면 또 다른 일거리로 이 자리가 또 다른 꿈을 꾸게 해 줄 것이다.
오늘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해 준 214 위에 석양이 원형 돔으로부터 투사된다. 땅거미가 기어들고 모두를 안식으로 밀어낸다.
저작물 파일 유형
저작물 속성
1 차 저작물
공동저작자
1유형
수집연계 URL
http://www.nl.go.kr
분류(장르)
어문
원문제공
원문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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